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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총과 공포의 균형

오래전 한국에서 막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미국 집들은 왜 담이 없어요?” 당시 LA에는 갱단의 신고식이 도시 괴담처럼 떠돌았다. 새 갱단원이 신고식으로 밤에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끄고 가다 누군가 이를 알려주려 경적을 울리면 해코지한다는 것이었다. 한데 새 갱단원의 신고식에는 빈집털이도 있었다. ‘미국 집에는 왜 담이 없느냐’는 질문의 답은 빈집털이가 미국에선 갱단원 신고식이 되는 현실에 있다. ‘총을 갖고 있을지도 몰라.’ 이 불확실성 하나로 미국 집에는 담보다 더 높은 공포가 쳐져 있다.   최근 가주에서 중국계가 연이어 총기를 난사해 충격을 줬다. 아시안이 총기 난사를 하는 사건은 거의 없는 데다 이틀 새 연이어 발생했고 사망자가 많다는 면에서 충격이 극대화될 요소가 겹쳤다.   총기와 거리로 따지면 가장 멀리 있는 듯했던 아시안이 총기 난사를 연속 두 건 벌였다 해서 아시안이 집단으로 태도나 행동 양식을 바꿨다고 볼 수는 없다. 아시안이 어느 날 집단으로 ‘이제부터 화가 나면 총을 쏠 거야’ 다짐했을 리는 없지 않은가. 그저 우연이 겹쳤을 것이다. ‘아시안이 난사했다’보다는 ‘난사한 이가 아시안이었다’가 아닐까.   오히려 사건과 관련해 증오범죄와 연결해 생각해야 할 것은 아시안의 총기 소지 증가다. 2021년 7월 타임지는 전국사냥스포츠협회(NSSF)의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 상반기 아시안의 총기와 탄환 구매가 42%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증오범죄가 작용이었다면 총기 구매 증가는 반작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총이 약자에게 더 효율적인 무기임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다. 총을 갖는 순간 오랜 육체적 수련은 필요 없다. 사용법과 안전한 관리법만 익히면 육체적 격차를 뛰어넘을 수 있다.   문제는 총을 꼭 나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처럼 치정이나 분노는 가장 흔한 방아쇠 역할을 한다.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며 총기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가 늘면 접촉 사고 확률이 늘듯 총기가 늘면 총격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아시안의 총기 소지가 늘어났다는 것은 아시안의 총기 사고나 범죄가 늘어날 확률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그것도 아시안 가정이나 커뮤니티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총기 구매의 가장 큰 동기는 공포다.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 총기 판매가 느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 19가 발발하자 경제활동 마비로 생계형 범죄가 늘지도 모른다는 공포 때문에 총기 판매가 급증했다. 이 기간 총기 구매는 흑인 58%, 히스패닉 49%, 아시안 43% 순으로 증가했다.   통계가 없어서 그렇지 애틀랜타 한인 스파 총격 사건도 아시안 여성, 특히 비즈니스 오너에게 적지 않은 공포를 주었을 것이다. 코로나 기간 총기 판매상 앞에 줄을 서 있던 한인 네일샵 업주는 총기 구매를 취재하던 중앙일보 기자에게 “여자만 있는 업소여서 범죄 대상이 되지 않을까 무서워서 권총을 산다”고 털어놓았다. 한인만 그런 건 아니다. 지난해 4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계 총기소유자협회의 크리스 청 이사는 아시안의 총기 구매 증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제2의 애틀랜타 스파 총기 난사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아시안은 이 질문을 하며 각성했다.”     아시안 대상 범죄 증가-아시안 총기 구매 증가가 ‘공포의 균형’을 가져오면 다행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총기 구매는 공포의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우발성 범죄를 늘렸다. 코로나 이후 총기회사가 아시안 등 소수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안 커뮤니티는 총기 구매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공포 균형 총기 구매 상반기 아시안 아시안 여성

2023-02-05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하이랜드 파크 총기 난사

차를 타고 시카고 북쪽 끝과 남쪽 끝을 연결하는 레익쇼어드라이브를 가다 보면 수려한 미시간호변을 감상할 수 있다. 호변을 따라 북쪽으로 가면 캠퍼스 타운인 에반스톤이 나오고 이보다 더 북쪽으로 가면 하이랜드 파크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하이랜드 파크를 떠올리면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이 떠오른다. 입구 게이트에 그의 등 번호인 ‘23’이 새겨진 하이랜드 파크 소재 저택은 조단이 시카고 불스 소속으로 활약할 때 가족들과 거주했던 곳이다. 현재는 조단이 타 주로 이주했기에 더 이상 농구 황제의 거처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농구팬들에게는 하이랜드 파크 하면 떠오르는 곳이다. 이 집은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있어 농구 박물관 전용 등의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하이랜드 파크는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2022년 독립기념일 연휴에 발생한 총기 난사로 인해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한 참극의 타운이 됐다.     이번 사건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충격이다. 가장 먼저 총기 난사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만 보더라도 초등학교와 식품점, 거리 퍼레이드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범한 이웃들이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의 범죄가 시 남부나 서부에 집중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카재킹의 경우 다운타운 루프 지역을 포함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랜드 파크는 시카고의 대표적인 부촌이면서 평소 치안이 매우 안전한 곳으로 꼽히는 도시다. 인구 3만명 정도의 도시는 호변을 따라 들어선 대형 저택들로 상징된다. 살인이나 강간, 거리에서의 마약 거래와 같은 범죄와는 선뜻 잘 매치가 되질 않는 곳이다.     용의자가 어떤 동기로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수사 당국에서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확정된 것도 아니다. 다만 정황상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확인됐다. 또 범행에 사용된 무기는 20세 때 아버지의 허락 하에 합법적으로 일리노이 주에서 구매한 것 역시 확인됐다. 용의자는 평소 래퍼로 활동해 왔으며 총기를 겨누고 살인을 떠올리는 내용의 노래를 발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용의자는 지난 2019년 지역 경찰의 레이더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한번은 자살을 시도한다는 가족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또 한 번은 칼로 모두 다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 이유로 역시 경찰이 출동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이런 정신 이상 증세가 확인됐다면 총기 구매 규제로 이어졌어야 했고 그랬다면 이런 참극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적인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범인의 범행 동기가 자세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던 비극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 주는 ‘레드 플래그’(red flag) 법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게 분명한 해를 끼칠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법원으로 하여금 총기 규제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격용 살상 무기에 대한 규제다. 기본적으로 총기 소유를 제한할 수 없다 하더라고 무고한 생명을 한 순간에 쉽고 빠르게 빼앗아 갈 수 있도록 제조된 공격용 살상 무기를 제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총기 옹호론자들과 총기협회의 강력한 로비가 있겠지만 이제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다.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총기 사고로 희생된 후에야 움직일 것인가.           Nathan Park 기자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하이랜드 파크 총기 난사로 하이랜드 파크 총기 구매

2022-07-06

뉴욕주, 총기 규제 강화한다

전국적으로 잇따라 발생하는 총기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뉴욕주가 총기규제를 강화한다.   지난달 31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안드레아 스튜어트-커즌스 주상원의장 등 주의회 지도부는 반자동 소총 구매 허용 연령을 기존 만 18세에서 21세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포함한 총기규제 강화 패키지 법안을 주의회 회기가 종료되는 2일까지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호컬 주지사는 “뉴욕주는 이미 총기 구매 관련 규제가 가장 강한 주로 꼽히지만, 뉴요커들이 학교, 슈퍼마켓, 영화관, 쇼핑몰에 갈 때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드릭 위해서는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패키지 법안에는 최근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사용 돼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AR-15 등 반자동 소총의 구매 허용 연령을 21세로 상향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반자동 소총 구입시 총기 라이선스 취득 의무화 ▶집행기관 외 방탄복 판매 및 구매 금지 ▶주검찰총장실 내 소셜미디어 및 폭력적 극단주의 태스크포스 신설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일 AP통신 등은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이 전철 내 총격사건이 잇따르자 전철역과 버스터미널에 금속 탐지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역 매체 고다미스트(Gothamist)에 따르면 이볼브 테크놀로지(Evolv Technology)가 개발한 금속탐지기가 고려 대상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탐지기는 금속의 구성·밀도·모양 등을 판별해 휴대폰 등 일상 물품과 총기·폭발물을 구별할 수 있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탐지기는 이미 뉴욕시의 링컨센터, 뉴욕프레스비테리언 병원, 현대미술관(MOMA)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472개에 달하는 뉴욕시 전철역 전역에 탐지기를 설치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기기를 이용해 멀리서 승객들의 총기 소지 여부를 가려내더라도, 이를 최종 확인하는 데에는 인력이 필요하다. 결국 관련 비용은 승객들 몫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담스 시장은, 탐지기를 얼마나 배치할 것인지, 관련 예산은 얼마가 소요될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심종민 기자뉴욕주 강화 총기규제 강화 총기 구매 총기 라이선스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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